장산 등산하기
다들 비슷하겠지만 이거 뭐 어디 갈 데가 없다. 그래도 나라는 존재는 끈질기게 갈 데를 찾아냈다. 바로 우리 집 앞에 있는 산이다. 거리야 둬서 걸으면 되고 운동도 되겠다 싶어서 선언했다.
" 나 등산 갈거야!"
선언이라 해봤자 듣는 사람은 우리 엄마뿐이었지만.
11시쯤 허우적 대면서 깨어났다. 모처럼 신이 났다. 이거 설레는 기분이 여행 갈 때랑 비슷한데? 이거 돈도 여행 가는 만큼 들지 않고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가성비로 합리적인 행동을 취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까지 했다. 아무도 칭찬 안 해주니 나라도 나를 칭찬해주어야겠다.
그래도 우리 어머니께서 등산 간다고 커피, 사과, 빵, 두유까지 챙겨 주시니 새삼 감격스럽다. 여기서 나는 하나 더 먹고 싶은 게 김밥에 사이다였는데 출발하기 전에 편의점에 들려서 사 가지고 출발했다.
출발은 안평역, 도착은 해운대. 코스는 이렇다. 중간 경로는 모르지만 올라가면서 헤쳐나가기로 했다. 이래 봬도 "산을 평지같이"라는 구호로 다져진 8사단 오뚜기 부대 출신이다. 쓰려져도 일어나는 오뚜기 정신으로 장산 정상을 정복해 보겠다!
산을 타면서 몇 가지 규칙을 알려드리겠다. 등산 초보는 꼭 명심해라.
1. 길 같은 길로만 가라.
2. 표지판 잘 봐라.
3. 모르면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4. 애매하다 싶어도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이 네 가지만 지킨다면 당신의 등산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다. 나는 등산 중간부터 저 규칙을 알아내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등산하는데 강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방에 있는 "음식"이다. 표지판을 보면 어디까지 몇 km 남아있다고 나와있다.
그러면 이렇게 마음을 먹게 된다.
헬기장까지 가면 빵이랑 음료수를 먹어야지. 좀만 참자.
우스워보일수 있지만 이게 엄청난 에너지를 준다. 좀만 가면 먹을 수 있어. 힘내! 이런 말들을 속으로 되뇌게 된다. 각 포인트별로 음식 포인트를 만들어 놓자. 등산 초보들은 요렇게라도 정신력을 플러스해보자.
장산으로 가기 전에 꽤 큰 갈대밭이 있었다. 볼만하니 꼭 지나가길 추천.
우여곡절 끝에 정상을 찍었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 군부대가 있어 못 들어가나 싶었는데 샛길에서 나오는 사람이 있길래 물어봤다.
"어르신 저기가 정상이에요?"
"허허 정상 맞아 허허허" 하시더라.
샛길로 들어가니 딱 정상 같이 보이는 장소가 펼쳐지더라.
나도 저 바위에서 김밥하고 사이다를 까먹었는데, 아차. 쓰레기를 버릴 비닐을 안 들고 왔네. 가방에 담으면 음료수 남은 게 쏟아져서 영 좋진 않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가방을 뒤졌는데
와. 엄마가 준 빵이 비닐로 싸여 있더라. 어머니 감사합니다. 빵도 먹어 치우고 쓰레기를 비닐에 다 모았다. 걱정 없이 내려올 수 있겠다!
내려오는 길도 예쁜 풍경이 많더라. 한 번씩은 이렇게 등산하는 것도 기분 전환에 좋은 듯!
사람이 없을 때 혼자 걷는 느낌도 좋았는데 고독을 즐긴다고 해야 되나 이걸. 뭔가 산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솔솔하고 들뜨곤 했다.
포장도로만 보여줬는데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이다. 등산화 신는 걸 추천. 운동화를 신더라도 땅땅한 운동화를 신도록 하자.
코로나가 나를 등산하게 만들어 준 날.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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